본문 바로가기
삶/육아

조리원 퇴소, 그리고 현실 육아의 시작

by 무벅 2021. 7. 13.

집에 도착한 와이프 가족들(독거 노인 생활 청산)

본격적인 육아전쟁이 시작되었다

지난주 금요일 와이프와 신생아 신분의 아드님이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 복귀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신생아 육아 헬게이트가 열린 것이다. 오전 일찍 조리원을 나와서 신생아를 집까지 조심조심 운반하는 일부터 두 어깨와 손목의 고단함은 시작됐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그동안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신생아 용품들 중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거실로 옮겼다.
아기 침대가 세팅되고 기저귀 갈이대가 자리를 잡고 거실 한 복판에 모빌이 작동을 시작했다. 바닥에 매트를 깔고는 조심스레 아기를 눕혔더니 그동안 조용했던 우리 집 거실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응애응애 들리기 시작했다. 뭔지 모를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신생아 아기가 있는 사랑스러운 집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게 우리 집이라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밤 잠을 설치는 세 식구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지 금세 밤이 되었다

아침에 조리원에서 목욕을 하고 나와서 왠지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목욕은 다음 날로 패스했다. 그리고 아직 응가를 하지 않은 상태라 오늘의 주 미션은 응가 치우기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결국 첫날에는 응가도 하지 않았다. 목욕도, 응가 치우기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밤이 돼서 첫날밤이 시작됐다. 이때까지 나는 신생아의 루틴을 파악하기 전이었지만, 와이프는 조리원에서의 짬으로 어느 정도 아기의 패턴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임무는 2시간 반마다 모유를 먹이는 것이었다. 지금은 모유, 분유를 섞여서 먹여보고 있는 중인데 첫날에는 분유가 없어서 모유로만 감당해야 하는 밤이었다.(사실 이때까지도 모유와 분유가 아기의 수면과 부모의 수면의 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 조금 알게 됐지만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12시 정도에 우리 침대 옆에 아기 침대를 딱 붙이고는 잠이 들고 싶었지만 역시 아기는 바로 잠들 리가 없었다. 엄마와 아빠가 협동해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킨 다음에 적당한 수면 분위기를 유도하고 간신히 잠들었다. 그런데 금방 또 아가의 배꼽시계가 울렸고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아기는 꼭 둥지에서 엄마한테 밥 달라고 짹짹 대는 아기새 같았다. 물론 아기새의 짹짹 소리와 아기의 곡소리에 가까운 비명소리는 레벨이 다르다. 그렇게 3시에 깨고.. 5시에 깨고... 7시에 깼다. 아 이게 육아의 첫날밤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첫 날밤(다음 날?) 새벽 5시

신생아 엄마 아빠들이 왜 머리에 새집을 하는지 알겠다

역시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다. 해보니까 알겠다. 왜 신생아 엄마, 아빠들이 아침에 머리에 새집을 하고 두 눈은 동공이 풀린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가 딱 그랬다. 무슨 정신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5시 타임에 깼을 때 우리 모습을 한 장 남겨두고 싶었는지 셀카를 한 장 찍었다. 우리 세 식구가 다 같이 집에서 보낸 첫 날밤의 사진이었다.

첫 날밤의 피로는 다음 날 하루 종일 이어졌다. 둘째 날 오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눈에 아른아른했던 손주를 보러 집에 오셨다. 이 때도 우리 부부는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손주를 안아 얼굴을 맞대는 내 엄마의 표정에서 내가 유치원 때 나를 엄청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얼굴이 보였다. 어디선가 봤던 엄마 표정인데 언제더라 하는 기억의 끝에 나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엄마의 그런 사랑스러운 표정을 30년 만에 보는 느낌에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빠도 처음에는 코로나라 만지지 않겠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주를 안아 내려놓으시질 않으셨다. 다음 날에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까지 모두가 오셔서 아기가 생긴 경사난 집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결혼 후 5년 만에 생긴 아이라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대화의 주제도 온통 아기 중심이었고, 어른들의 시선은 온통 아가한테로 고정되어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인 아들과 나

어느덧 현실 육아 5일 차가 되었다.

그래도 첫날에 비해 아기의 루틴을 파악하게 되고 우는 이유가 배고파선인지, 응가를 한 건지, 졸린 건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조금씩 알듯 말듯하면서 아들과 교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디선가 봤는데 아가는 엄마, 아빠가 같이 보지만 엄마는 아빠가 봐줘야 한다고 했다. 며칠 해보니까 말로만 듣던 육아가 왜 힘든 건지, 왜 어려운지 조금은 알겠는데 더 많은 교감을 해야 하는 엄마는 얼마나 더 예민해지고 힘이 들까 싶다. 엄마 된 지 얼마 안돼서 아직 겁 많은 우리 와이프 잘 보살펴서 친정 엄마 보고 싶다고 우는 일 없게 해야겠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육아의 길이겠지만 그 초석을 다지는 마음으로 우선 백일 때까지 한번 와이프랑 같이 힘 모아 파이팅 해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