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2025년 서울 동아마라톤 후기다.
이번이 세 번째 풀코스 마라톤이었다.
첫 번째 풀코스는 아무것도 모르고 달리다가 퍼졌고,
두 번째는 페이스메이커의 도움으로 겨우 서브 4를 했다.
과호흡이 심했고, 완주 후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아 부족하다'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는 꼭 과호흡 같은거 없이 완주하고 싶었다.
몸 상태를 잘 만들고, 훈련은 착실히, 기록보다 과정에 집중하자는 마음이었다.
겨울 내내 준비한 200km 러닝
겨울 동안 월 200km를 목표로 달렸다.
1월은 살짝 부족했지만, 2월은 꾹 채웠다.
매주 한 번 이상은 30km 전후의 장거리 러닝(LSD)을 넣었다.
날씨 덥지 않아서 그런지,
예전보다 몸음 무거웠지만 30K 기준 5분 30초 페이스가 나왔다.
'이대로 대회 날 잘 맞춰주면 가능성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대회 전날 밤, 싱글렛을 입을지 고민하다
대회 날 비가 왔다.
기옥도 뚝 떨어졌다.
체온 유지를 위해 긴팔을 입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결국 '감기 걸려도 된다!'는 마음으로 싱글렛을 선택했다.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건 오전 7시.
몸을 풀고 있는데 한 어르신께서 "안 추우셔?" 물어보셨다.
"시원합니다!"라고 답했다.
노 뮤직, 음악은 없다
8시 출발.
초반은 차갑고 무거웠지만 15km쯤 지나면서 '오늘은 PB다'라는 느낌이 딱 왔다.
날씨는 비가 내리고 추웠지만, 오늘 마라톤을 뛰고 있는 러너들에게는 최적이 날씨 같았다.
이번 대회에서 이어폰은 끼고 있었지만, 음악은 듣지 않았다.
지난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며 음악 없이 집중했던 경험을 살렸다.
혼자서도 페이스에만 집중했다.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20km, 25km, 30km..
페이스는 나름대로 꾸준했다.
목표보다 2~3분 정도 빠른 기록을 유지했고,
35km를 지날 때 '이대로만 가면 된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리하지 않는다고 되뇌였다.
지치지 말자, 오버하지 말자, 지금 페이스 그대로 가자.
마지막까지 그 생각만 붙잡았다.
3시간 47분. 그리고 온전한 피니시.
이전 기록보다 10분 빨랐다.
3시간 47분으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그리고 체력은 남아있었다.
피니시 라인에서 기다리던 아내와 아이를 보자마자
아이를 어깨에 태웠다.
지난 JTBC 마라톤 때 하지 못했던 세레머니였다.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달리는 것도, 준비 과정도, 그리고 마음가짐도.
정리하며
3시간 47분.
솔직히 또 기록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젠 안 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2025 서울 동아마라톤은
지금까지 달려온 3년을 고스란히 담은 결과물인 것 같다.
기록도, 마음도, 컨디션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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