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자주 달리는 코스는 짧게는 옆동네까지 다녀오는 5K 코스, 그리고 조금 더 길게는 옆옆 동네까지 가는 7.3K 코스가 있다.
또 여유 있게 달리고 싶을 때는 반대방향으로 인천 계양대교까지 다녀오는 12.3K 코스를 선택한다.
이후로는 서울 강서까지 가는 20K 이상 거리인데, LSD로 마음먹고 가는 코스라 회사 출근이 있는 평일 새벽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오늘은 월요일, 출근하는 날이라서 계양대교까지 12.3K만 달리기로 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부터 건방지게 12.3K가 이렇게 만만해진 걸까?)
이른 5시 50분에 눈을 떴다. 머릿속으로는 바로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었지만, 몸은 이불속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6시 5분에 기상해서 아이폰으로 온도를 확인하니 영하 5도였다. 내 기준에 영하 5도는 그저 쏘쏘한, 베스트를 입지 않아도 되는 온도다. 다만 장갑은 약간 두툼한 걸 껴주는 게 좋고, 귀도리는 딱히 필요 없이 마스크와 바람막이 후드 정도면 충분하다.
아라뱃길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1km 정도 달리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뛰면 뛸수록 온도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찬 공기가 장갑 안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거 영하 5도 아닌 것 같은데?'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한층 더 추위가 심해졌다. 손끝과 발끝이 너무 시려웠다.
집에 와서 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확인할 겸 홈캠 앱을 실행했다. 앱의 날씨 정보를 보니 영하 9도였다.
아이폰에게 완전히 속은 기분이 들었다. 아, 정말 영하 5도의 추위가 아니었다.

4년간 달리면서 느껴본 손끝 발끝 시림 중 최악의 베스트3 안에 들었다.
집에 오는 데까지는 무리 없었지만, 도착해서 연신 입김으로 손을 녹이다가
손끝 발끝을 보니 피멍이 든 것처럼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처음 보는 손가락과 발가락 색깔에 깜짝 놀랐다.
'와, 이게 동상 초기 증상인가?'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받아 손을 담갔다. 한참 있으니 저릿저릿하면서 피부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틀어 발가락도 집중 공략해 주었다. 발가락은 손가락보다 혈색이 돌아오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일로 내가 날씨 앱을 여러 개 확인하면서 옷을 준비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달릴 때 방심하지 말고 의상 체크 잘하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