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어린이집 체육대회에 다녀왔다.
항상 말로만 들었어던 그 어린이집 체육대회..
새로운 환경에 가면 얼음이 되어버리는 아이기 때문에
전 날 오후부터 계속 말해주었다.
"내일 눈 뜨면 체육관에 가서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엄마랑 아빠랑 달리기도 할꺼고,
공 던기지도 할꺼고 춤도 출꺼야 잘 할 수 있지?"
"응!!"
수차례 얘기하고 다음 날 아침 체육대회에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얼음이 되어버렸다.
학부모는 흰티에 청바지를 입었고,
아이들은 빨강색 원복을 입었다.
체육관이 추웠는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외투를 벗고 뛰어 놀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는 패딩을 입은채 우리 품 안에만 있었다.
부모가 되어 보니 알겠는,
음 설명하기 어려운 그 약간의 씁쓸함..
"너도 가서 친구들하고 놀아! 친구들처럼 가서 뛰어 놀아봐~"
나는 이런 말에 거부감이 있다.
'아니 내가 놀기 싫은데 뭐 어떻게 친구들하고 왜 놀아..
난 그냥 여기 있고 싶은데 왜 자꾸 친구들하고 놀으란거야..'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그래 아이가 스스로 즐거워 질 수 있게, '아빠가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마음 먹었고,
시작과 동시에 적극적인 자세로 체육대회에 임했다.
"아버지 두 분만 나오세요!!", "세 분 나오세요!!"
진행자가 아버지를 찾을 때 마다 나가서 게임을 했고, 춤을 췄고, 응원을 했다.
아이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패딩도 벗어 재꼈다. 달리기 시작하자 멈추지를 않았다.
마지막엔 춤을 췄고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체육대회를 마치고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과 볶음밥을 먹었다.
그 순간 아이가 말했다.
"아빠! 춤추고 달리기 하고 노래 부르는거 너무 재미있어요! 우리 또 가요!!"
"응! 물론이지!! 또 가자!!"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이에게 행동을 지시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반응하고 따라온다.
나도 오랜만에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흥을 끌어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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