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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by 무벅 2021. 7. 20.

박정준 | 한빛비즈

 

아마존에서 12년간 일하면서 얻은 일과 삶에 대해 소개한 책

저자는 아마존이라는 희대의 스승에게 배운 가르침이라고 표현했다. 내용의 초반부에는 개발자로서 개발 관련하여 자극이 많이 됐고, 책을 접고 당장 코딩이 하고 싶어지는 내용의 글귀들이 많았다. 더 부지런하게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긍정적인 자극이 느껴졌고 현재 나의 직업이 매력 있음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어렵고 고되지만 스스로 노력한다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성취감이 큰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자처럼 아마존의 직원은 아니지만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쿠팡과 같은 국내 대형 이커머스 서비스들이 아마존이랑 비슷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쿠팡 프레쉬와 같은 쿠팡 내 서비스들도 이미 아마존 프레쉬와 같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고 내가 이용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아마존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운영되어 오는 사실은 몰랐다. 그저 미국의 서점 사이트가 AWS를 운영한다고 하니 '큰 기업이고 대단하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존 특성상 내용마다 쿠팡이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고 현재 재직중인 회사와도 챕터의 내용마다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존은 어떠한 것들을 잘했고 현재 우리 회사는 그에 비해 어떠한가? 나는 커머스 업계의 개발자로서 어느 정도의 역할과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가 생각하게 했다.

중반부에서 저자는 일하는 방식과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했는데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맥락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 흥미로웠고 실제로 나의 일정 관리 방식에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는 저자의 방식이 몇몇 있어 마음에 들었다.

책의 말미에 저자가 12년간의 아마존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 과정과 아마존을 떠나 한 가장으로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아마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아마존을 나와서도 아마존의 서비스 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저자는 아마존을 스승이라고 했다. 평소에 AWS 말고는 아마존에 대해서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세계적인 대형 이커머스 기업의 정신을 다룬 내용이 잘 읽혔고 부지런하고 실속 있고 알차게, 그리고 시간이 나의 편이 될 수 있는 삶을 설계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저자가 미국의 아마존이라도 괴물 기업에서 12년간 고군분투하며 살아남은 처절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센스있게 무겁지도 그렇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술술 잘 읽히게 쓴 책이다.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

  1. 고객에 집착하라
  2. 주인의식을 가져라
  3. 발명하고 단순화하라
  4. 리더는 정확하고 옳아야 한다
  5. 배우고 호기심을 가져라
  6. 최고의 인재를 뽑아 육성하라
  7. 최고의 기준을 추구하라
  8. 크게 생각하라
  9. 신속하게 판단하고 실행하라
  10. 절약하라
  11. 신뢰를 구축하라
  12. 깊게 파고들어라
  13. 강골기질 : 반대하되 신뢰하라
  14. 결과를 만들어내라

 


 

p77

개발팀은 스크럼 프로세스에 따라 하루 딱 10분 팀 전체가 스탠딩 미팅을 갖는데, 각 개발자는 이 미팅에서 자신이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을 짧게 이야기한다. 어제의 일을 아직 못 끝냈을 경우 이유를 설명하고 필요에 따라 미팅 직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팀원과 별도의 시간을 갖는다. 이런 식으로 짧은 전체 미팅을 통해 그날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든다.

 

p78

아마존에서 회사나 상사가 강요하는 야근을 한 경험은 없다. 그 대신 출퇴근 시간과 상관없이 본인이 그날 맡은 일을 끝내기 위해 또래 압력과 스크럼 프로세스의 압박 속에서 생산성을 채찍질받는다. 이렇다 보니 퇴근 후나 주말에도 집에서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원이 꽤 많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하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열정 넘치는 젊은 사원들이 주로 그렇게 하는데, 학교와 달리 회사에는 방학이 없다 보니 그런 페이스로 일하다가는 1~2년 안에 지치기 마련이다. 이런 사원들은 빠른 승진으로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많은 경우 팀이나 회사를 스스로 떠난다.

 

p85

아마존을 거쳐 현재 쿠팡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가까운 지인에게 수평문화와 관련하여 아마존과 쿠팡의 차이를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쿠팡 사원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답했다. 회의에서는 다 이해한 것처럼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 엉뚱한 결과물을 만들어 와서 당황한 적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는 굉장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을 듣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당시 연설 후 수차례 질문을 요청했는데 그 많은 한국 기자들 중 한 사람도 질문을 하지 않았던 낯부끄러운 사건이 떠올랐다. 무엇이 이토록 한국인들을 질문하지 못하게 만든 걸까?

 

p87

아마존은 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야말로 바보 같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몰라서 질문한 사람은 많은 경우 고마움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 사람의 용기 덕분에 모르면서도 가만히 있던 사람들도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p93

난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온 듯한 애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가끔은 일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고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종종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삶의 만족을 가져온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항상 일의 완성도가 높았다.

 

p96

아마존의 방식은 애초에 시간을 들여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채무를 최소화하여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는 로니가 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아마존과 로니의 방식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시간을 나의 편으로 만들자'라는 원칙은 내 삶의 모토 중 하나가 되었다.

 

p123

0.1초의 단축은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종종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0.1초 때문에 올림픽에서 매들의 색이 바뀌고 구글 크롬이 익스플로러의 독점을 빼앗았다.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마존에게 0.1초는 더 나은 고객 만족을 향한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기다리는 것을 유독 싫어해서 도둑맞는 것같이 느끼는 나 같은 고객들에게 아마존은 생각해보면 시간을 선물해준 셈이다.

 

p126 #1

베조스 회장이 이야기하던 "한 명의 고객에게 베푼 호의는 백 명의 고객을 데리고 온다"는 말이 증명된 셈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단지 백 명이 아닌 수백만 명에게 이야기가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p126 #2

또한 반품이 많은 고객에들에게는 자동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하는데 "고객님께서 아마존에서 최근 한 달간 5개의 물품을 반품하셨는데 혹시 저희가 도울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내용이다. 내용 자체는 굉장히 친절하지만, 아마존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의 반품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지혜로 앞서는 아마존의 '아웃 스마트(outsmart)'한 방법의 또 하나의 예다.

 

p239

스크럼은 팀 차원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했는가에 중점을 두는 반면 누가 일을 많이 또는 적게 했는지 드러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각자가 팀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사원들끼리 서로 경쟁하며 한계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된다.

 

p250

하나의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깊고 정확한 이해다. 해결해야 하는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자칫 열심히 다른 산을 오르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여럿이 함께 일하는 경우에는 결과물이 계획가 다를 때 오히려 팀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253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는 무턱대고 묻지 않고 일단 내가 이해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것이 맞는지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니시무라 가쓰미의<그림으로 디자인하는 생각정리 업무기술> 같은 책과 마인드 맵, UML 관련 책들도 참고하면서 점차 생각을 그림으로 정리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후로 내가 가진 노트에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했던 주제나 영역에 관한 나만의 도해들이 한 장씩 채워졌다.

이처럼 복잡한 내용을 도해나 도표 등으로 시각화하는 것은 학습과 정보 전달에 대단히 효율적이다. 우선 이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느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나의 도해를 만들려면 온전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257

일에 치여 끌려 다니기 시작하자 언제나 체한 사람처럼 가슴이 답답했고 두통이 있는 날도 잦았다. 다행히 이런 현상은 스크럼 프로세스가 도입되면서 크게 개선되었다. 스크럼은 계획 단계와 실행 단계를 확실히 구분하고 각 개발자가 하루에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이는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대폭 줄여주는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했다.

 

p259

'정리 여왕' 곤도 마리에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버릴 물건과 소장할 물건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나에게 기쁨을 주는가?'라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나에게 이런 접근 방식은 다소 혁신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노리적이고 보편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좌뇌 중심의 해결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정리, 정돈과 마찬가지로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고, 우리의 직관과 감정은 훌륭한 기준이 된다.

이렇게 떠오르는 대로 오늘 실행 가능한 일은 포스트잇에 적고 다른 날에 해야 하는 일은 곧바로 휴대폰의 미리 알림 기능을 이용하여 입력해둔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해야 할 일들이 지속적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 떠오르는 일들을 써 나가는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 흘깃 앞을 쳐다보면 다섯 가지 큼직한 목표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사명서에 따라 새해에 작성하고 필요할 때 조금씩 수정되는 소위 연간 목표들이다. 이들은 자칫 매일 해야 하는 일에 치여 정작 중요한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이정표 기능을 한다. 또한 목표는 측정 가능해야 한다는 아마존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서 최대한 수치화해두었다. 예를 들어 '건강' 같은 추상적 목표보다는 목표 몸무게와 체지방이 적혀 있다. 이에 따라 오늘 해야 할 '점심 샐러드', '3분 플랭크' 같은 일들이 목록에 적힌다. 자연스레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과 연간 목표가 반영된 일들이 섞여 자리를 잡았다.

 

p275

집중은 습관이다. 어떻게 하면 잡생각 없이 매번 최대한 집중할 수 있을까? 우선 습관과 의식을 통해 우리 몸의 감각들을 집중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달리기 선수가 딴짓을 하면서 달리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이 시간에는 인터넷 서핑이나 채팅은 물론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 수영 선수들이 헤드폰을 끼고 경기장에 오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긴장하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과 집중력으로 수영하기 위한 의식이다. 선수들은 짧은 경기를 위해 수년 동안 항상 수영을 하기 전에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몸이 습관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그 결과 반복된 행동을 취할 때 몸이 집중할 수 있는 상태로 들어간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p276

이렇게 작업 목표 시간을 적은 뒤에는 몸의 각 감각들이 집중에 방해가 아닌 도움을 주도록 한다. 우선 시각적으로 다른 자극으로부터 최대한 시야를 차단시킨다. 후드를 쓰면 양옆의 시야가 차단되어서 독서실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한때는 모니터를 세 개씩 켜고 일하는 게 뭔가 있어 보여서 좋았는데 이는 집중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간에 방해를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채팅인 소셜 미디어 알림 기능은 아예 끄고 이메일도 닫아둔다. 모니터의 창도 업무와 관련된 것들만 남기고 모두 닫고 채상도 가능하면 거슬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 치운다. 겨우 집중을 했는데 작은 방해로 깨질 수 있기 때문에 방해 요소를 애초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

 

p277

아마존의 세 번째 리더십 원천인 '발명하고 단순화하라'는 내가 일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으로 자동화하고 단순화할 수 있을지 나는 지금도 매일 고민한다.

 

p292

"세월이 지나 여든이 된 제 자신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조용한 방에서 저는 지난 삶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의 목표는 그 시점의 제가 후회할 일의 개수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인터넷이 가져올 시대의 흐름을 믿고 도전했던 순간을 결코 후회 할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반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미래의 저는 미치도록 괴로워할 것임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의 메시지가 특별한 힘을 가지는 것은 자신의 삶으로 그것들을 증명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그는 연말 보너스를 포기하고 빈손으로 아마존을 시작하여 전 세계 수십억 고객들의 삶을 편하게 해 주었고, 동시에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었다.

 

p293

사파리에서 돌아오는 황량한 벌판 위에서 결심했다.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안정을 추구하면서 우리 안에서 삶을 마치지는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것은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한 베조스 회장의 프레임워크에 따른 결정이자 그간 아마존이 심어준 내 안의 아마존 DNA가 내면으로부터 전해주는 메시지였다.

 

p320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존의 성공과 성장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칙을 지키고, 본질을 보고,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낭비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행동하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아마존의 모든 성장 원리들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밖에 볼 수 없는 가르침이었다.

 

p324

베조스 회장은 "우리가 되려고 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입니다. 아마존이 무엇이 될지를 설명하는 단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변화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우리 삶의 전반에 가져다줄 것은 자명하다. 지금 우리 시대에 '아마존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 위에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용기, 그리고 성장 원리가 더해져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아마존은 새로운 시대의 선구자와 플랫폼이 되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급변하는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아마존의 가르침을 잊지 않는다면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는 희생자가 아니라 신나게 파도타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대와 환경이 변해도 가장 중요한 것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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