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로 이사를 오고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에 하나가 아라뱃길 러닝 코스이다.
꽤 이쁜 코스이고 풍경이고 기록이다.
체력을 늘리겠다는 생각에 달려나갔던 첫 날이다.
기록같은건 몰랐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때였는데 지금 보니 첫 기록 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날 조금 멀리 달려보았다. 집에서 김포현대프리미엄 아울렛까지 달렸다.
이때 거리를 알았다.
아, 집에서 아울렛까지 왕복으로 7~8km 되는구나.
그리고 이때부터 그냥 꾸준히 달렸다.
매일 5K를 달리는 것 외 나머지는 모두 사치다.
그냥 매일 5K만 달리자.
그렇게 21년 여름부터 막연히 달리기 시작했다.
요령도 없었다.
여름에 달리는게 이렇게 뜨거운지도 몰랐다.
살만 열심히 탔던 것 같다.
한 세 달정도 달렸나보다.
어느순간 기록이 5분30초 페이스까지 내려와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풍경이 가을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5분 언더의 페이스가 나왔다.
가을이다.
여름에 그렇게 푸르던 풍경이 점점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날씨도 제법 쌀쌀해졌다.
페이스는 5분 중반 페이스로 더도덜도 아닌 여전히 매일매일 5K를 달렸다.
진짜 낙엽도 많이 떨어지고 겨울로 들어가기 직전
안개가 자욱했던 아침이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듯이 지면에 이슬이 얼어 살얼음이 맺혔다.
겨울이 되면 해가 짧아진다.
그래서 새벽에 일찍 달리던 퇴근후에 달리던 하면 그냥 사진이 다 어둡다.
그냥 어두운 사진만 매일 찍었다.
새벽에 눈이 많이 내렸다.
처음 눈 위를 달렸다. 눈이 오더라도 절대 달리기는 패스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계속 달려보자.
한겨울이다.
강물이 얼기 시작했다. 새벽에 바라보는 강물은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지금은 편하게 글을 쓰지만 저 당시에는 얼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 사진을 찾아보니까 눈썹이랑 앞머리가 이런식으로 얼었었다.
설날 아침이었다.
춥긴 추워도 낭만이 있는 것 같다.
겨울이 지나고 햇빛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봄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완연한 봄이 왔을 때 최고 페이스 기록을 냈다.
4분19초.
처음 달리던 날 8분30초 페이스에서 딱 반절로 줄였다.
믿을 수가 없었고 숨도 터져 나갈뻔 했던 기억이다.
계절은 한 바퀴 돌아 다시 푸르른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고
나는 아직도 계속 달리고 있다.
- 부록 -
달리기를 시작했던 6월에서 5개월 정도 달렸을 21년 11월, 몸무게 기록과 그리고 인해 전체적인 신체 점수가 모두 정상수치가 되었다.
무라카미하루키처럼 나도 한번은 써보고 싶었던 달리기 글
2023.04.05 - [삶/운동]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한 번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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