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까운 작은 '미술관'이 있다
처음 갔던 게 아기가 태어나기 딱 일주일 전에 만삭인 와이프 운동시킬 겸 다녀왔었다.
아주 낮은 산이지만 그래도 산속에 있는 조용한 미술관 카페라 나름 조용하고 제법이나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그때 우리는 두 시간 정도 와이프는 육아 관련 책을 읽었고 나는 업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각자의 시간을 보냈었다.
나는 당시에 버터 크루아상이 맛있다고 생각했고 와이프는 스콘이 괜찮다고 했다.
일주일 뒤에 아기가 태어났고 그때부터는 식당도 카페도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얼마 전 아기 데리고 여행도 한번 다녀왔고 왠지 유모차만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다면 식당이나 카페 입장이 가능할 것 같았다.
(아직은 밖에서 큰 소란을 필 때가 아니라서 유모차만 잘 밀당해주면 잘 잔다)
오늘 아침에 와이프가 보름산 미술관 카페에 바람 쐐러 다녀오자고 했다.
마침 오늘은 회사 오프였고, 주말 카페는 손님이 많아서 아무래도 아기를 데리고 가기에는 걱정이 됐기에 평일인 오늘 바로 갔다.
아무래도 산도 산이고 계단도 있어 유모차는 불가능했고 아기띠에 아기를 넣어 안고 카페에 들어갔다.
다행히 손님은 한 테이블 밖에 없었다.
사장님은 역시 우리를 보고, "어머, 갓난 아이네 몇 개월이에요?" 물으시며 반겨주셨다.
우리는 그때와 같은 자리에 앉았고 그때와 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과 버터 크루아상, 스콘을 주문했다.
전에 왔을 때도 셋이 왔었는데 그때는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조용히 있었고 이번에는 내 품속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당연히 책을 읽을 수는 없었고 음식도 여유를 즐기며 한 입씩 떠먹기는커녕 한 손으로 애 엉덩이를 감싸고 나머지 한 팔로 겨우겨우 입에 쑤셔 넣고 있었다.
그래도 조용한 카페에 와서 힐링하는 이 순간은 나보다 와이프가 훨씬 더 간절했었을 터.
너무 좋다고 말하는 와이프 표정이 꽤나 생기가 돋아있다. 더 많이 더 열심히 좋은 데 놀러 다니고 먹으러 다녀야겠다.
세 식구 다 콧바람 잘 쐔 거 같아서 아빠도 기분이 좋다!
별 거 아닌거 같지만 그래도 우리 식구에게 보름산 미술관 카페는 작은 의미가 있는 카페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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