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마라톤 풀코스 D-88
일요일부터 컨디션이 무너지면서 3일 정도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
삶에 루틴이 있으면 가장 좋은 점은,
지금과 같이 뭔가 박자를 놓친 것 같을 때 돌아올 점을 바로 알 수 있다는 거 아닐까 싶다.
내가 무엇을 하다가 흐름을 놓쳤고 그래서 무엇부터 다시 하면 되는지 알 수 있는 것.
내가 생각하는 루틴 있는 삶이 좋은 이유 중 하나이다.
그래서 오늘은 하던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10km를 달렸다.
오늘은 1층 현관을 나가자마자 제법 시원해진 날씨를 마주할 수 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 푹푹 찌는 날씨에 걷기도 힘들지만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변한다.
제법 선선해진 날씨를 느끼며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습도를 확인했다.
93%.. 아직은 아닌 것 같군. 어찌 됐던 달려보자.
난 러닝 벨트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물을 한번 들고나갔다가 양손이 엄청 고생을 했다.
그 날 이후로는 생각이 변했다.
벨트가 무겁지도 않은데 넣을 것이 없더라도 혹시 모르니 허리에 두르고 나가기로 한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핸드폰을 손에 쥐고 뛰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려서 왼손에 핸드폰을 들고 달린다)
러닝 초반에 오늘은 왠지 핸드폰을 벨트에 넣어두고 양손을 자유롭게 한번 달려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결 가벼웠다. 항상 폰이 손에 있는게 편했는데(노래도 바꾸고 러닝 앱도 만지고) 오늘은 자유로운 손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호흡에 집중했다.
보통은 입, 코로 숨을 번갈아 가면서 쉬었는데 오늘은 코로만 집중하고 달려봤다.
꽤 편했고 제법 달릴만했다.
늘 반환점에 도착하면 앱에서 러닝 상태를 일시정지 상태로 바꾸고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오늘 같은 경우는 폰이 벨트 안에 있었다.
워치로 러닝 상태를 바꾸려고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폰으로 조작하던 게 익숙한데 워치로 하려다 보니 그만 러닝 상태를 일시정지가 아니라 러닝 종료가 되어버렸다.
그 단순한 버튼 터치도 땀이 흘고 심박수가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역시 작은 행동 하나도 익숙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이렇게 다르구나 생각했다.
사진을 한장 찍고는 다시 러닝 시작을 누르고 폰을 벨트에 넣고 달리기 시작했다.
신나게 달리는데 이어폰에서 노래가 자꾸 꺼졌다 켜졌다 한다. 다른 소리가 들어오기도 하고.
한참 달리다가 이상해서 폰을 꺼내보니 여러 앱이 켜져 있고 폰은 뜨겁게 달궈져 있다.
폰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눌리고 혼자 동작하고 있었다. 헛웃음이 난다.
러닝 상태가 안 꺼져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익숙한 코스 달리기 4년 차인데 아직도 이렇게 해보지 않은 것에는 어리바리하다.
그냥 왼손에 폰을 쥐고 달리는 게 편한 것 같다.
확실히 날씨가 달리기 좋아졌다.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고, 조금 힘들어도 참고 달릴만하다.
(얼마 전까지는 달리다가 정말 너무 힘들어서 못 달릴 정도였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이 뜨거운 여름의 러닝이 그리워질 수도 있는 가을, 겨울이 온다.
지금을 만끽하자. 즐겁게 달리자.
그리고 11월 대회날 희열을 느끼자.
24.08.07 수요일 오전 06:58
26도 맑음
습도 93%
가는 길
거리: 5km
평균페이스: 5'40"
시간: 28:29
평균심박수: 150
오는 길
거리: 5km
평균페이스: 5'30"
시간: 27:32
시간: 27:32
평균심박수: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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