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2021년 12월 회고 & 2021년 돌아보기
죽어라 죽어라 했던 2022년, 버틴다
올 한 해의 마지막은 12월이 다가올수록 춥다 못해 얼어 죽을 것 같아 몸서리치게 하는 연말이었다. 힘들다고 괴롭다고 푸념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힘들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운동화 끈 조여매고 달려야 한다. 빡세지만 버틴다.
2022년은 작년과 달리 매월 회고 글을 작성하지 않았다. 그래서 올 한 해 동안 아빠로서, 개발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기억에 남았던 기록만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50일간의 데일리 스터디 챌린지
1월 초 패스트캠퍼스에서 실시한 50일 스터디 챌린지에 참여했었다. 이 챌린지는 50일간 주말 포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의를 듣고 공부한 내용을 매일 블로그에 기록 후 최종 챌린지 참여 후기까지 남기면 강의료를 환급해주는 홍보용 마케팅 챌린지였다.
당시 내가 듣고 싶었던 리액트 관련 강의료는 20만 원 후반 대였는데 선뜻 결제하기에는 비용이 좀 쎄다는 생각이 있었던지라, 만약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기 나는 매일 새벽 6시쯤 일어나 한 겨울 날씨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5K 러닝을 이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단 하루라도 빼먹으면 바로 실패하는 스터디 챌린지까지 겹치게 된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시기 나는 나에 대한 도전과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기였던 것 같다. 나는 6개월 정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5K 러닝을 이어온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여기에 '이 스터디 50일 내가 과연 못할까 실패하더라도 어차피 공부한 거니까 괜찮다 어디 한번 부딪혀보자'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고 기상시간을 30분~1시간 앞당겼다. 5시에 일어나서 6시까지 스터디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6시 15쯤 러닝을 나가는 생활을 50일간 지속했다.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겨울 날씨였고 쉽지 않았지만 최종 미션까지 결국 성공했고 강의료 환급은 물론, '나 하면 하는 놈이었구나' 같은 강한 성취감을 느꼈다.
노는 것 외에는 꽤 밋밋하게 살았던 지난 인생과 다르게 활기차게 재미있게 살면서 공부하고 익히고 성장하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꾸준히 달린 5K 러닝 그리고 헬린이의 탄생 #진심이된 #오운완
우선 달리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는 건 별도의 포스팅으로 하기로 하고 21년 5월부터 달리기 시작했으니 1년 6개월 정도를 꽤 성실하게 달린 것 같다. 성실하다는 뜻은 의식적으로 규칙을 가지고 성실하게 목표한 거리를 달렸다는 뜻이 될 것 같다. 언젠가부터 5km라는 거리는 내가 하루에 달리기에 딱 적당한 거리가 되었다. 러닝의 난이도 라든가 호흡의 고통 때문에 적당하다가 아니라 출근 전에 무리하지 않게 딱 필요로 하는 알맞은 거리, 즉 30분을 할애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다.
사실 작년 중반부터 데일리5K를 외치며 매일 아침 5K를 달렸다. 그때는 더 달려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매일 5K씩 달리다 보니 체중이 15kg 이상 줄었고 스키니 한 몸매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얼굴도 몸매도 너무 가늘어지는 게 영 거슬렸다. 안 되겠다 싶어서 5월 헬창을 외치며 헬스장을 등록했다. 그리고 현재 헬린이 7개월 차.
꽤 열심히 하고 있다. 헬스 등록하고 PT 20회 끊고 트레이너 코치님과 같이 운동하면서 몸이 급변화(!) 하는걸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몸 덩치를 크게 만들자는 생각에 이것저것 주어먹다가 살크업을 해버렸다. 체지방율이 20%를 넘기면서 뭔가 꼬인 3개월을 보냈지만 11~12월 다시 패턴을 찾으면서 근육량과 지방량을 조절해가며 매일 헬스와 달리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유산소를 30분 이상 달리면 출근 시간이 꼬이는 등의 이유로 아직 꾸준히 5K만 달리고 있다. 그리고 식단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식단 이야기는 별도의 글로 빼야겠다.
다시 한번 책에 빠지다
책과는 담 쌓고 살던 내가 처음 책과 친해진 건 군 시절이었다. 요새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 군인들은 부대에서 책을 제법 읽었던 것 같다. 물론 부대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전우들은 꽤 많은 책을 사 오고 나눠봤다.
전역 후 책은 잠시 스쳐지나간 지난 연인처럼 흔적도 없이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2-30대는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아서 개발 서적도 많이 안 읽었다(만약 내가 주니어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개발 필독서를 몽땅 사다가 읽을 것 같다).
2019년에 입사한 한 회사에서 책 구매를 지원해 주는 복지가 있었어서 그 때부터 다시 교보문고 사이트를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멀어진 책과 독서라는 행위가 다시 찾아오는 데는 꽤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싶다.
작년부터 독서를 다시 시작했는데 올 해에 유난히 꽤 많은 책을 읽은 것 같다. 특히 개발 관련 서적과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발 서적은 마치 내가 해야 하는 과제를 안 하고 40년을 산 것 같은 부채감이 느껴져 필히 읽겠노라 작정하고 읽었고 자기 계발서는 원래 좋아하기도 하는데 꽤 괜찮은 책들이 많이 보여서 쉽게 읽었다.
성공한 사람은 책을 읽는다거나 똑똑해지려면, 사고를 잘하려면 등의 이유로 독서를 권장하는 문화인 것 같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확실한 건 내가 책을 읽기 전보다 확실히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책이나 독서라는 행위 때문은 아니겠지만 눈으로 읽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느낀 점들이 내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영향을 끼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라는 이유가 이런 건가 싶으면서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책에 조금씩 진심이 되다 보니 아래 노트 같은 것도 쓰고 있다.
홈쇼핑모아 DB제휴 구축과 백오피스 디벨롭, 그리고 사자마켓
작년 버즈니 입사와 동시에 바로 투입된 홈쇼핑모아 커머스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빠듯한 일정으로 작년 말 오픈하고 셀러들을 마켓 시스템에 입점 시키며 우리 회사는 올 한 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시도했다. 홈쇼핑모아 서비스에 신규 바로결제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제일 시급했던 과제는 상품 구매 액션을 위해서 아웃 링크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던 사용자들을 앱 내에서 결제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홈쇼핑 사들과 DB제휴를 통해 상품들을 우리 쪽 DB로 가져오는 것이 키였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현대홈쇼핑과 W쇼핑이 홈쇼핑모아와 DB제휴를 맺었고 이 과정에서 나와 우리 팀은 서비스 내 상품 상세 화면 작업을 담당했다. 실제로 DB제휴를 통해 바로결제 매출이 20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내년 초부터 신규 홈쇼핑사들과 추가 DB제휴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에 오픈한 백오피스를 보강하고 신규로 구축해야 하는 여러 피쳐 개발을 진행 하기도 했다. 리뷰, 문의, 신고, 판매자 공지사항, 대시보드 등과 같은 기능들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를 진행했다.
올해 초, 우리 회사는 홈쇼핑모아 외에 별도 프로젝트 공동구매 커머스 플랫폼 '사자마켓'을 오픈했다. 서비스 구축에 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백오피스를 작년에 구축한 홈쇼핑모아 백오피스에다가 사자마켓 백오피스를 붙이는 형태의 요구사항이 있었다. 그래서 사자마켓의 판매자센터인 판다센터를 구축하였고, 사자마켓 백오피스를 붙이는 별도 추가 개발을 진행한 한 해였다.
뭐니 뭐니 해도 육아 그리고 육아.. 계속 육아
올 해가 시작할 때 아기는 인생 7개월 차였다. 본인 스스로
앉지도 기지도 못하는 200일 정도 된 갓난아기 었다. 그리고 현재는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18 소리 난다는 인생 18개월 차 유아가 되었다.
1년 동안 어느새 훌쩍 많이 자라서 요새는 보이는 족족 다 물어본다는 뭐야? 뭐야?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아빠, 엄마 같은 호칭을 불러줄 때면 심장이 녹아내리기도 하고 이제 혼자 걷고 뛰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 부딪혀 상처가 날 때면 심장이 덜컹 거리기도 한다.
한 해동안 아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울고 웃고 어떻게 기억에 남는 상황을 손에 꼽겠냐만은 그중에서도 제주도 해녀 컨셉 촬영을 해주고 싶어 해서 돌 정도 됐을 때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가족 여행 갔던 거(물론 사진은 망했..), 아무것도 모르는 애 데리고 서울식물원에 가서 아기는 유모차에서 자고 엄마, 아빠끼리 카페에서 수다 떨다가 온 거, 나와 아기는 생일이 같아서 아빠의 생일과 아기의 돌잔치를 같이 했던 거, 작년 가을 정말 갓난아이 었을 다녀왔던 드림파크 단풍놀이를 한 살 더 먹어서 한번 또 다녀왔던 거, 늦은 가을 서울대공원에 가서 호랑이 보고 왔던 거, 18개월짜리 아이 데리고 최근 12월 동계 캠핑 다녀왔던 거 등이 기억에 남는다.
돌아보면 확실히 어디에 갔었던 이벤트가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다. 문득 내년에는 어디를 좀 더 많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내가 운동을 하던 공부를 하던 책을 읽던 하는 행위들은 과연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행위들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작년에 자주 했던 말이 '우리 아이가 나중에 커서 이러이러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를 말할 때 이러이러한 사람이 이미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가 건강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우리 아이가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
"우리 아이가 바른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내 자신이 이미 건강하고..
내 자신이 이미 책을 많이 보고..
내 자신이 바른 사람이라면 애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데 잘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위 같은 말을 할 때 나는 그런 사람인가? 나는 아이에게 그런 바람을 아무렇지 않게 그냥 가져도 과연 떳떳한가? 를 생각해보고 아이에게 원하는 모습을 아빠로서 몸으로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자라고 생각했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결국에는 가족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가.
돌아보면 올 한 해, 가족이 모두 무탈했던 가장 큰 다행이었던 것 같다.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좋은 날이 있으면 슬픈 날도 있기 마련이고, 기쁨이 있으면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좋고 기쁜거 그냥 즐기면 된다. 그러나 우리에게 슬프고 아픈일이 생겼을 때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는 의지와 힘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지금 내가 해야하는 역할이 아닐가 싶다. 내년에도 최선을 다해서 가족이 무탈할 수 있게 발 벗고 뛰어야겠다.
그래서 내년의 목표는
1. 강의 6개 부수기(Docker&k8s, ReactNative, Svelte 등.. 두 달에 한 개 클리어 목표)
2. 책 12권 이상 읽기
3. 골격근량 40% 이상, 체지방율 11% 만들기(생에 처음 내 복근 구경하기 👀)
4. 글 잘 쓰는 법 공부하기. 진짜 좀 하기.
5. 5시 기상 습관 만들기(12시 전에 제발 좀 자기)
6. 체력 관리 잘해서 캠핑 잘 다니기
7. 좋은 아빠 되기..🤔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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