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국민학교 6학년이던 1995년 겨울,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다. 요즘 아이들과 달리 그때는 졸업이 정말 큰 이벤트였다. 중학생이 된다는 것, 그러니까 '중딩'이 된다는 건 뭔가 한 단계 성장하는 느낌이었달까.
집이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께서 졸업 선물로 갖고싶은 운동화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그 나이 애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마냥 철없이 좋아했던 것 같다. 무슨 운동화를 살 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어느 날 어떤 잡지를 보다가 양면 가득 실린 나이키 광고를 봤다. 에어맥스의 광고였다.
한쪽은 형광 옐로우 색상의 에어맥스 95, 다른 한쪽은 당시 핫했던 NBA 신예 크리스 웨버의 약자를 딴 그의 시그니처 농구화 CW였다. 두 신발 모두 당시에 가장 핫한 멋진 운동화 중 하나였다.
당시 농구는 최고 인기의 스포츠였고, 그 시절 국민학생 아이들은 대부분 농구화를 신고 었었다. 나는 고민 끝에 CW를 선택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에어맥스95의 형광 옐로우 컬러가 너무 화려해 보였고 조금 민망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당시 살던 동네의 나이키 매장을 찾았다. 내가 사려고 했던 CW의 색상은 블랙/블루 컬러였는데 그 매장에는 그 컬러가 없었던 화이트/블랙 조합의 컬러가 있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컬러를 받아 들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나이키 농구화의 가죽 냄새와 에어맥스의 빵빵함.
졸업식 날, 나름 어깨 펴고 CW를 신고 등교했다. 친구들의 시선도 생각이 난다. 창피하다. 그래도 그때는 CW를 선택한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확히 30년이 지난 2025년 지금, CW는 사실 거의 잊혀진 모델이 됐다. 반면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에어맥스 95는 스니커즈 역사에서 레전드 운동화고 됐고, 그중에서도 최초 발매했던 형광 옐로우 컬러는 여전히 많은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 운동화가 됐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한 번씩 에어맥스95 형광 옐로우 컬러가 눈에 보이면 그 시절 6학년 때가 생각이 난다. 30년 전에 갖지 못했던 작은 호기심 같은 걸까. 특히 구하고 싶어도 쉽게 구하지도 못하니 더 생각나는 그런 걸까?
미친 듯이 갖고 싶다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때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하나의 아이템이 눈에 아른아른 거리는 추억의 신발.
그래서 이번에 기회가 돼서 에어맥스 95 그 컬러를 하나 들였다. 마흔이 넘어서 무슨 에어맥스를 찾고 있나 싶으면서도 그 13살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해 주는 그런 아이템 같은 느낌이 든다.
추억은 가끔 이렇게 우리의 현실로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때의 아쉬움이 오늘의 작은 행복으로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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