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만들었던 딱 작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생에 처음으로 갑자기 실직이라는 걸 하게 됐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됐었던 그 시절, 슬퍼할 새도 없이 수년간 난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우리 부부에게 임신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무슨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인가 싶을 정도로 실직의 슬픔보다 임신의 기쁨에 행복했다.
그때는 그렇게 나는 싱글벙글 실업급여를 받아가며 직장을 구하고 있었고, 와이프는 그토록 바라던 임산부가 되어 조심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때 난 실직보다 그토록 원하던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들떠 이 블로그에다 난임 극복과 관련한 몇 개의 포스팅을 작성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아기는 와이프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었고 나만 얼른 일자리를 구하면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는 상황 같아 보였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 됐었던 걸까.
임신 22주가 되고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하던 날부터 아가에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고 급하게 대학병원에서 검사도 받게 됐었다.
대학병원에서 다행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를 받아 안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가는 엄마 뱃속에서 심장을 멈췄다.
이렇게 빨리 갈꺼면 차라리 더더 빨리 가지.. 차라리 아예 오지를 말지.. 그 날 새벽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아가가 이미 22주로 컸기때문에 모든 절차는 일반 출산과 거의 똑같이 이루어졌다. 우리는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심장이 뛰지 않는 작은 우리의 아가를 낳고 하늘로 보내주었다. 이게 작년 7월말의 일이었다. 작년 여름은 너무 슬펐고 2019년은 너무나 가혹했다.
주변에서 해주는 걱정의 소리가 듣기 싫었고, 사람들을 만나 아픔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웃음이 사라졌고 밝았던 성격도 어두워졌다.
와이프는 졸지에 유산 출산 휴가를 두달간 받았고, 난 구직활동을 멈췄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만 의지한 채 두 달여간 정신줄 놓고 살았다.
둘이서 웃다가 갑자기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TV에서는 왜그렇게 임신과 출산, 육아 방송이 많이 나오던지..
우리처럼 저런 방송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하는 생각과 이런 아픔도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언젠가는 이 시간을 다 잊고 두 번째 임신을 기뻐하고 있겠지 하며 위안을 삼고..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마음과 생각과 기분이 달라졌다.
두 달여간 시간이 지나 나는 직장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 와이프 역시 두 달여간의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다시 시작됐고 아팠던 기억도 조금씩 잊혀져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이번일로 나는 확실히 성격이 변했다. 부정적으로 변했다기보다 조금 차분해지고 조금 조용해진 것 같다.
그 일이 있고난 후 내 카메라에는 흔한 음식 사진 한 장 찍히지 않았고, 내 SNS, 블로그는 다 멈췄다.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아 일상을 담을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보려고 했더니, 난임 극복이 어쩌고 임신이 어쩌고 하는 지난 내 포스팅들이 보여서 한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있었던 중간 이야기를 남겨본다.
아무튼 우리부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훨씬 더 끈끈해진 전우애 같은게 생긴것 같다.
이번일을 겪고 앞으로는 좋은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인생이 그럴리가 없기에 안좋은일, 슬픈일이 생겼을때 이번보다 더 현명하고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생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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