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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생각

그 시절, 아버지의 취미

by 무벅 2021. 12. 13.

우리 아버지는 취미라는 게 없다.

그냥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정말 일과 집 밖에 모르시는 분이다.

적어도 내가 아버지를 알고있는 40여 년은 늘 그래 왔다.

 

술, 담배 안 하시는 건 물론이고 그래서 그런지 친구도 없다.

그냥 일 하시고 퇴근하고 오셔서는 뉴스 보시고, 드라마에 진심이시고

재작년 은퇴를 하신 후에는 엄마랑 더 절친되셔서 엄마와 뉴스와 드라마랑만 노신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문득 스쳐 지나는 게 기억이 있었는데

나의 어릴 적 사진 앨범을 보면 아버지의 취미? 노력? 같은게 보인다.

내 어릴적 앨범을 보면 사진마다 한 장 한장 손글씨로 코멘트가 써진 종이가 사진 위에 붙여져 있다.

어렸을 때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보였던 그저 그냥 앨범.

 

 

할아버지가 된 아빠와 젊었을 때의 아빠

 

 

이 앨범이 요즘 다시 보니. 그렇게 달리 느껴진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아버지 당시에 운전 일 하셨는데 새벽 늦게 퇴근하고 오셔도

그 종이를 잘라서 글씨를 끄적이고 쓰느라 밤도 새우고 하셨다는 거다.

이 앨범이 그 시절 아버지의 취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별 감정 느껴지지 않았던 그 앨범에 이제야 아버지의 손글씨가 보인다.

아버지의 피로가 보이고, 아버지의 기쁨이 느껴지고, 아버지의 사랑이 가슴으로 어루만져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일부러 의식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재미있다. 원래 사진, 일기 같은 기록물을 좋아해서 재미있다.

그리고 한번 엉덩이 붙이고 앉으면 두세 시간은 사진 출력하고 종이 자르고 글씨 쓰고 하는데

노동력이 꽤 많이 들어가서 제법 뿌듯한 기분도 느껴진다.

 

나중에 이 주제로 조금 제대로 글을 쓸 생각이긴 한데

그냥 어제 애기 보면서 앨범 작업을 하다가 아빠 사진을 한 장 찍은 김에 몇 줄 끄적이는 거다.

내 어릴 적 앨범에 나를 안고 있는 젊은 우리 아빠와 아빠의 아들이 낳은 손주를 안고 있는 할아버지가 된 내 아빠를 찍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사진이다.

더더 정성을 담아서 우리 아기 사진앨범을 만들어 줘야겠다.

나중에 내가 느낀 감정을 우리 아들도 한번 느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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