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알람이 울리기 전, 새벽 4시 50분에 눈이 떠졌다.
평소 같으면 다시 눈을 붙였겠지만, 다시 잠들기엔 애매했고, 깨어있기엔 일렀다.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면서 무의식 속에 있었지만, 잠은 멀어지고 생각은 또렷해졌다.
마음 한구석이 막연하게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어딘가 슬프다거나 공허하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더 복잡하고 애매한 그것이었다.
말 못 할 무언가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온 지 오래다.
묵묵히 감당해야 하는 무게감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때론 이렇게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언젠가는 괜찮아질까? 그 '언젠가'는 과연 언제일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꼭두새벽부터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
머리를 비워내고 싶어서 운동이나 하러 가고 싶었지만 마음과 몸이 따로 논다.
침대 위에서 뒤척이면서 우울한 감정들을 더듬는 사이, 어느새 한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달리기로도 씻어내지 못한
결국 6시가 다 되어서야, 무의미한 시간을 이렇게 더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에 옷을 챙겨 입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복잡한 감정을 씻어주길 바랐다.
밖으로 나가 달렸다. 춥지 않았다. 공기는 서늘했지만 매서운 바람은 없었다.
30분을 달렸지만, 우울한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 그대로 있었다.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연습
30분을 달리고 돌아오는 길, 생각했다.
어쩌면 그저 오늘을 견뎌낸 것만으로도 충분한 걸지도 모른다고.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하려고 애쓰는 대신, 한 걸음씩 내딛는 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무거운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새벽에 시작된 막연함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외면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견딘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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