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강추위 러닝, 바람 소리 약간 찬스 같은 거
1년 9일, 오늘 아침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다.
어제부터 내일 엄청 춥다고 하니까 모두 조심하라며 여기저기서 알람이 울렸다.
어제 잘 준비를 하면서 늘 하던 대로 내일 아침에 달릴 때 입을 옷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엄청 춥다고 하던 게 생각났다.
오, 내일 아침은 좀 춥겠군!
내가 가지고 있는 트레이닝팬츠 중에서 가장 두꺼운 팬츠를 준비했다. 그리고 딱히 뭐 없다.
늘 입는 긴팔에 조끼 하나만 추가했다. 그리고 늘 입는 바람막이, 장갑과 마스크. 끝이다.
뭐 딱히 춥다고 더 입을 것도, 챙길 것도 없다.
여기저기서 춥다고 조심하라고 떠드는 날씨는 흔치 않은 날씨다.
다시 말해서 약간 찬스 같은 거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침의 상쾌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겨울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면 안 되는 날씨.
무조건 뛰어야 하는 날씨.
그렇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6시 30분에 눈을 떴다.
조금 더 빨리 일어났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라도 다행이다.
나가기 싫다. 운동하기 싫다. 이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폰으로 날씨를 체크하니 영하 11도로 나온다.
오, 좋군!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갔다.
긴장을 많이 하고 나가면 늘 내가 긴장한 것보다 못하다.
뭐지? 생각보다 안 춥잖아?!
500미터 정도 달렸다
아니군, 역시 춥긴 춥군!!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빼봤다.
바람소리가 상당하다.
오, 맞바람!!
마스크가 없었다면 좀 힘들었겠지만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런 맞바람 따위 상관없단 말이다.
앗!
앱 달리기 시작 버튼을 안 눌렀다.
500미터 날렸다.
아 뭐야, 내 500미터!
500미터에서 알아차려서 정말 다행이다. 럭키비키 러닝!
바로 태세전환ㅋㅋ
오늘은 출근 시간 때문에 5km 밖에 못 달리겠다.
아, 500미터 날려먹었으니까 5.5km 달려야겠네. 아오.
이게 10km 정도 달리면 야외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추위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5km 정도는 30분 언저리라서 뛰어서 몸에 열감이 오른다면 그닥 추위를 느낄 시간이 부족할지도.
아, 그리고 난 출발지와 목적지가 딱 집이라서 괜찮은데,
러닝 전후로 밖에서 시간을 좀 보내야 하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다.
5.5K를 달리고 나니 땀이 난다.
이 날씨에 땀이 나다니 훌륭하군!
차가운 바람도, 날씨에 대한 걱정도, 결국 뛰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한번의 기회, 하나의 찬스였을 뿐.
내일도 춥다고 한다. 보너스 같은 거.
그저 달릴 준비만 하면 된다.